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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 역사 탐방(67)
대구에 불어오는 미식축구 열풍 경북대와 계명대의 창단

1981년 대구지역에서 영남대의 외롭게 창단을 했다. 그리고 2년 후에 경북대가 창단하였고 다음해 계명대가 창단을 하게된다.

실제로 경북대와 계명대는 1년 간격으로 창단이 되었으나 두 학교는 경쟁관계 이면서 또 지역 미식축구 발전에 서로 힘을 합치면서 영남대와 함께 대구경북 미식축구협회의 창립과 발전에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한가지 특기할 사항은 대부분의 대학팀들은 학생들 중심으로 팀이 만들어 졌지만 경북대는 당시 경북대 교수였던 필자가 그리고 계명대는 당시 학생과 교직원인 배영호선생님이 주도하며 창단을 했다는 사실이다.

1983년 동계 연세대와 동아대의 경기 부산일보 1월 13일 보도

1983년 동계에 감격한 필자

필자가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집에 짐도 채 풀지를 못하고 달려간 곳이 제 3회 동계대회(1983년 1월)가 열리고 있는 부산구덕운동장이었다. 그곳에는 당시 부산협회 임원들인 강성봉회장, 최현두감사, 김한수이사 등이 있었는데 모두 필자와 서울대에서 같이 운동을 하던 후배들이었다. 너무 반가웠다.
그러나 더 반갑고 그리고 더 나를 감동시킨 것은 미식축구가 엄청 발전을 했다는 것이다. 필자가 유학을 가기 전에는 서울의 5개 대학팀과 부산의 동아대 등 6개 팀이 전부였는데 부산에 부산대, 해양대, 경성대, 동의대 그리고 대구의 영남대까지 모두 11개 대학이 경기를 하고 있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40개가 넘는 대학이 있지만 그 당시에는 마치 "상전벽해"를 보는 기분이었다.
또한 경기장에 도착했을때 들려오는 휘슬소리와 함성에 순간적으로 필자의 가슴은 쿵쿵 뛰기 시작했고, 이러한 발전을 이루어낸 부산협회 강성봉 최현두 등 임원들이 무척 위대해 보였다. 이날 저녁에 자갈치 시장에서 소주를 따라주는 부산협회 임원들이 "행님,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갑니까? 지원해 줄테니 퍼뜩 하나 만드이소"라는 말에 필자는 그냥 홀라당 넘어 가버렸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올때는 훌륭한 과학자가 되려는 마음이 었지만 "내가 해보았자 노벨상을 받지도 못할 텐데..."라는 합리화를 시키며 아내의 눈치를 보다가 경북대에 미식축구 창단 작업에 들어갔다.

창단 첫해 경북대 연습장면 센타 진완식과 QB 김경찬

경북대, 창단의 흥분과 좌절
1983년 9월 가을 학기가 시작되자 학교 내 게시판에 "미식축구 선수모집" 공고를 붙였고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많은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서이덕, 천용기, 최광윤, 김경찬, 김진목, 여성근, 이상도, 윤정욱 그리고 다음해에 입부한 박재식 등이 초창기 맴버들이다. 덩치들도 있고 운동센스가 좋은 선수들이었다.
첫 연습은 서울 이태원에서 사온 합성공으로 연습을 하다가 2주후에 부산협회에서 헬멧 20개 숄더패드 15개를 지원받았다. 이 장비들은 부산에서 새로 맞춘 오렌지색 유니폼과 함께 필자의 작은 포니2에 싣고 와서 밤늦게 연구실에 내려놓고 집에 갔는데 한밤에 건물 경비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교수님, 무슨 축구부라 카는 학생들이 복도에서 오토바이 화이바를 쓰고 이상한 것들을 걸치고 난리입니다”. 사실은 내가 집으로 떠난 후에 어떻게 연락을 받았는지 부원들이 몰려와서 내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가 처음 보는 장비를 걸쳐보고 한동안 큰 난리를 쳤다고 한다. 다음날 처음으로 유니폼을 입고 연습하는 날이었는데 연습 전에 주장이 “교수님 학교 캠퍼스를 한 바퀴 돌아도 됩니까?”라고 물었다. “얼마나 좋았으면...”

첫 스크리미지와 추계 대회에서 완전히 얼이 빠진 경북대
연습 2주일 후에 몸이 근질근질 하다고 하여 영남대와 스크미지를 하였지만 경북대 선수들 완전히 넋이 나갔다. 창단 QB 고 김경찬은(2대 주장) 영남대와 스크리미지 후에 이에 대한 심경을 이렇게 말했다. “생전 보지도 못한 장비를 받고 무척 흥분했던 것 까지는 무진장 좋았는데, 영대와의 스크리미지 경기에서 가드 뒤에서 스냅하려고 하는 해프닝과 두 눈에 별이 번쩍하도록 불락킹을 당하고 퇴장을 하여야만했던 씁쓰레한 웃음은...” 그러나 본격적인 좌절은 11월 4일부터 시작된 제4회 부산시 대학미식축구 추계대회 출전에서 실감하기 시작했다. 조금 더 연습한 후에 출전하라는 부산협회 임원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출전한 첫날, 해양대와의 첫 경기에서 61-6으로 대패, 그리고 다음날 부산산업대(현 경성대)와의 경기는 주눅이 들어 80-0 으로 한마디로 묵사발이 되었다. 3일째 동아대와의 경기는 아예 기권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듬해 동계 대회는 출전에 대비한 합숙까지 하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역시 미식축구는 연륜이 쌓여야 했나보다.

경북대 미식축구 공포의 트라우마를 겨우 벗어던지다
이듬해 1984년 3월 숨어있는 지난해 선수들을 모으니 겨우 12명이다. 이들은 지난 창단 당시의 패기만만했던 젊은이들이 더 이상은 아니었다. 다시 밥사주고, 술사주고, 타이르고 하면서 신입부원을 뽑았고, 또 연습을 시켜서 그달 26일에 영남대와 연습경기를 가졌다. 이날의 기분을 초대 QB 김경찬은 일지에 이렇게 써놓았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잔뜩 겁을 먹었던 경산행 버스에서 가슴 졸임과 비기기만 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은 막상 경기를 시작하니 뜨거운 열기 속에서 모두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전반에 터진 김진목군의 결승 터치다운은 우리의 공포를 승리의 쾌감으로 바꾸고 말았다". 이 경기로 경북대는 지난 추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계기가된 것 같았다. 그리고 부산 추계에도 4강에 진출하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1984년 8월 경북대 미식축구팀 여름 훈련중 구룡포 도고해수욕장

낭보! 계명대의 창단 소식

해를 넘긴 1984년 경북대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즈음 반가운 사람들이 찾아왔다. 영남대 고재환 OB와 계명대 배영호선생이 필자에게 와서 "계명대에 미식축구 팀을 만들고 싶다"며 팀창단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순간 나는 눈이 버쩍 띄었다.

문제는 미식축구 장비였다. 당시 중앙협회에 김상협 전무이사에게 부탁을 하니 필자보고 "박교수가 책임져"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헬멧과 숄더패드 20벌을 지원하여 주었다. 파격적인 배려였다. 배영호선생은 선수모집공고를 낸후 지원자가 너무 많아 트라이아웃을 해서 선발을 했는데 종목은 "뛰기, 던지기와 킥" 등이었다고 창단 맴버 박재상은 말을 한다. 그리고 이때 선발된 선수들이 박재상, 배승연(창단 주장), 박만용, 김경호 등이다. 또한 박재상은 당시의 심정을 이렇게 말한다 "학교생활이 지루했는데 미식축구 선수모집 공고를 보고 정말 흥분이 되었습니다. 본래 미식축구가 룰이 있는 패싸움 아닙니까? 젊은 사람이면 꼭 한번 해야 하는 운동이지요"

힙패드, 니패드와 허벅지는 경북대 선수들이 도와주어 함께 PVC 파이프를 잘라 스폰지를 붙여 만들었고, 훈련은 8월 4일 부터 구룡포 도고해수욕장 부근에 있는 도고초등학교에서 경북대와 같이 훈련을 떠났다.
하루볕이 무섭다는 말이있다. 1년 빠른 경북대와 함께한 훈련은 계명대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배영호선생은 직접 가마솥은 걸어 놓고 밥을 해주며 경북대와 계명대 학생들의 매끼 식사를 해결하여 주었다. 대단한 정성이었다.

1984년 8월 구룡포 도고초등학교 계명대 창단 맴버 및 배영호선생님(중앙)

서울대 이정호OB를 감독으로 영입한 계명대
1984년 가을에는 필자가 경북대팀과 동시에 계명대도 지도를 해야하는 입장에 있었다. 바로 그때 필자와 같이 미식축구를하던 서울대 1년 선배인 이정호 OB(65학번)가 대구에 있는 경북도청 수정란이식 수의사로 내려왔다. 1968년 서울대가 우승을 할때 필자는 센타와 LB를 보았고 이정호선배는 하프백으로 팀의 에이스였다. 밥보다도 미식축구를 사랑했던 이정호선배에게 계명대 팀의 지도를 의뢰하니 두말할 필요도 없이 혼쾌히 승락하였다.

이후 이감독은 경상북도 도청과의 계약기간이 끝나 1989년 여름에 대구를 떠날 때까지 계명대를 잘지도하여 강팀으로 만드는 초석을 다졌다.

30년만에 만난 부산협회 임원들과, 왼쪽부터 김한수 전부산협회장, 정진문 전부산협회이사, 전 계명대 이정호 감독(중앙), 강성봉회장, 필자 오른쪽끝

환상의 콤비 이정호감독과 배영호선생 그리고 계명대 선수들
이정호감독과 배영호선생 그리고 두 분을 따르는 계명대 선수들은 옆에서 바라보는 우리에게도 부러운 환상의 콤비였다. 창단팀 QB 박재상은 이정호감독이 처음와서 한 말씀이 "꿈이 있어야 돼... 우리 목표는 전국 우승이야". 당시 아직도 미식축구의 "미"자도 모르는 우리에게 "감히 우승을 ..."라고 회고한다. 그리고 선수들은 이감독을 아버지처럼 존경하며 잘 따랐다.

배선생은 미식축구선수 출신이 아니었지만 "계명대 이미지가 여자 같아서 강한 팀을 만들고 싶었지요"라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배선생님은 이정호감독과 선수들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였다. 이정호 감독이 팀을 떠난 후에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지만 이후에도 "난 미식축구 모르는데..."하며 졸업생들에게 팀의 지도를 일임하였다. 배영호선생은 자신이 정년 퇴임하는 순간까지 열정적으로 팀에 헌신을 하였다. 배선생은 이정호 감독이 대구를 떠난 90년대 언제가는 여름훈련을 이 감독이 운영하는 서산 목장으로 선수들을 인솔하여 열흘간 훈련을 다녀 오기도 하였다.

곧 전국을 평정할 것만 같았던 경북대, 모르는게 죄

처음 경북대미식축구를 지도할 때는 곧 전국을 평정할 것만 같았다. 창단 2년만인 1985년 서울 춘계에서 3위, 영남 추계 준우승, 86년 전국 동계 3위로 입상 할 때만 해도 그렇게 생각되었다. 그러나 미식축구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어느 대회에서는 득점 2점에 실점이 142점으로 동네북이 된 경우도 있었다. 선수들 달래느라고 대학 후문 술집에서 살다시피 한 때도 있었다. 마치 끝을 알 수 없는 캄캄한 터널 속에 갇혀있는 것 같았다. 대학시절에 배운 미식축구가 최고인줄 알았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천신만고 끝에 터널을 탈출하는데 겨우 성공한 해가 1991년이다. 좋은 주장인 엄용수와 신경창이 팀을 이끄는 시기였다.

1986년 4월 매일신문 영남 춘계 계명대 부산산업대 격파 기사

경북대와 계명대의 라이벌시대 경북대 한호석의 역주와 완강한 계명대의 수비

계명대는 초고속 성장을 거치면서 1997년 전국대회 우승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계명대도 초창기에는 많은 수모를 당했다. 창단 다음해인 1985 영남 춘계에서 부산산업대에 0-60으로 대패했었고 이것은 당시 부산일보에 크게 보도되었다. 그러나 창단 1년만인 1986년 봄철 영남 춘계에서 계대는 산업대를 24-0으로 되갚아주는 복수를 하는 악착같은 팀으로 변신되었다. 당시 QB 박재상, RB 양상열 리시버 박만용 등이 주축이었다.
이후 계명대는 대구경북리그에서 경북대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대구지역의 양대 산맥을 이루다가 먼저 1997년 1월에 먼저 전국 추계에서 4강에서 동의대와 맞붙었다. 이 경기는 아직도 회자되고있는 눈밭에 치룬 경기였다. 경기 당일에 엄청 많은 눈이 내려 그렸던 라인이 모두 파뭍히고, 눈을 치우지 못해 발로 눈을 치운 자리를 라인으로 대신하여 경기를 하였다. 이날 계명대는 풀백 김덕출과 러닝백 오태준의 활약에 힘입어 동의대를 20-8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계명대는 다음주 1월 10일에 벌어진 결승에서도 동향의 라이벌 금오공대를 QB 김우섭과 윤정민의 수훈으로 44-14로 물리치고 우승축배를 들었다. 아마 이때가 계명대의 최고의 전성시대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1997년 1월 10일 37회 대학선수권대회 우승팀 계명대학교

1998년 1월 38회 타이거볼 경북대와 계명대의 경기 계명대 구장

경북대는 두 차례 일본 전지 훈련 후 전국 제패 1998년 김치볼 챔프
몇 년 간의 어려움을 극복한 경북대는 대구경북리그에서 계명대와 경북대는 치열한 라이벌전을 벌이게 된다. 그리고 경북대는 당시 일본의 챔피언인 교또대에 2번을 전진 훈련을 한 후에 팀 전력이 급격하게 상승된다.
경북대는 1995년에 서울 올스타를 35-0으로 격파하며 강세를 보였고 97시즌에 38회 타이거볼에서 전년도 우승팀인 동향의 라이벌 계명대와 결승에 동반 진출하게 된다.
그리고 이 대회는 미리 준비를 잘했던 경북대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경북대는 경기초반 부터 QB 이동영과 RB 한일근의 옵션으로 계명대의 좌우를 흔들며 연속으로 2개의 터치다운을 터트리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그리고 제 2쿼터와 제 3쿼터에도 1개씩의 터치다운을 보태며 제 4쿼터에서 1개의 터치다운을 만회한 계명대를 31-6으로 누르고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어 2주 후에 효창구장에서 열린 김치볼에서는 경북대가 76's 를 일방적으로 몰아 부치며 47-6으로 대승을 거둔다.

97시즌 전관왕을 차지한 것이다. 이 두 대회에서 RB 한일근, QB 이동영, WR 김상엽, TE 이도형, CB 계해주, FB 홍동혁, 라인에 황휘태, 이상헌, 신상민 등의 활약이 빛났다.

제3회 김치볼 우승팀 경북대, KBS 방영

경북대와 계명대의 창단은 대구경북협회 발전의 원동력

1983년 경북대와 다음해 계명대의 창단은 지금의 대구협회로 발전되는 길이 되었다. 이후 경산대(지금의 한의대), 금오공대, 대구대, 경일대, 대가대, 동국대, 한동대 등이 줄줄이 창단을 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1년 늦게 출발한 계명대는 경북대보다 한발 빨리 1997년에 전국 대학 챔피언을 거머쥐었고 다음해에는 경북대가 대학 챔프와 전 한국 선수권대회인 김치볼 챔프마저 거머쥐면서 두 학교는 대구 경북미식축구의 위력을 자랑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그래도 경북대는 어려움을 잘 극복하여 현재 대구경북 지역에서 최정상의 팀으로 리그를 선도하고 있다. 한때는 지역리그 27연승과 40연승을 이어가기도 하였다.

반면 최근 들어 계명대의 침체가 무척 아쉽다. 아마 배영호선생의 퇴임 후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계명대의 선배들이 부지런히 팀의 재건을 위해 움직이고 있으니 기대를 해볼까한다.

2015년 5월 영남일보 경북대 37연승 기사

인용자료
부산일보: 1983년 1월 16일 보도기사
매일신문: 1986년 4월 보도기사

영남일보: 2015년 5월 보도기사
박경규: 택클을 돌파하라/대구경북 20년사
박경규: 꿈을 향한 머나먼 여정/경북대 35년사
기타: 박경규 개인소장자료

개인면담: 박재상 계명대 창단맴버 84학번/ 서이덕(82), 김진목(83), 박재식(84), 허진아(84) 등 경북대OB

역사편집: 경북대 미식축구부 감독 명예교수 한길 박경규